'2023년 회고'

[2023년 회고] 2023/12/13

길 잃음의 연속이었다. 2019년 크리스마스에 군대를 전역하고,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전면적인 온라인 형태로 2학년 수업이 대체되었다. 원래도 뜻이 없던 전공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고 있는 매일은, 무의미의 폭력 그 자체였다. 그렇게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이 되

2023년 12월 13일4min read

✅ 나는 왜 '개발'을 선택했는가?

길 잃음의 연속이었다.

2019년 크리스마스에 군대를 전역하고,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전면적인 온라인 형태로 2학년 수업이 대체되었다. 원래도 뜻이 없던 전공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고 있는 매일은, 무의미의 폭력 그 자체였다. 그렇게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이 되며 돌연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기왕 태어난 김에 좋은 일 하면서 돈 벌다가 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마침 친구가 경찰 공부를 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시험을 두 번 보고 접게 되었다. 지금은 알게 된, 원인 몰랐던 병 때문에 몸이 좋지 않았고 직업인으로서의 경찰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다음 학기 복학을 6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내 다음 행보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통계학과지만 경상대학 소속이었기에, 은행원이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됐다. 은행 채용 공고를 살펴보니, 일반 행원에 대한 TO가 급격하게 줄고 있었다. 그런데 ICT 직군은 점차 TO가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으로 IT라는 주제 자체를 고민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가 IT 업계 직군의 큰 주류였고, 그 둘 중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을 나의 다음 행보로 선정하게 되었다.

이제 질문에 대답을 할 차례이다. 나는 왜 '개발'을 선택했는가?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좋아했다는 것과 같은 드라마틱한 이유가 아니었다. 무의미가 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옷을 입어봤고, 그중에 썩 마음에 든 옷이 바로 개발, 그 중애서도 프론트엔드 개발이었다.

✅ 분기별 회고

#### ✍️ 1분기

강의를 보면서 기초 문법과 관련된 부분들을 익혔다. 프레임워크 또는 라이브러리를 설치하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지던 시기였다. 일반적인 학습 방법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해 강의에 의존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해하지도 못한 코드를 작성하기 일쑤였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면서 배우는 문제 기반 학습(PBL)이 효율적이라는 글을 읽게 되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에게는 통과 의례와 같은 'Todo List'를 만들기로 결정했고, 그 연장선에서 상태 관리라는 주제 자체를 처음 알게 되면서 1분기가 마무리됐다.

#### ✍️ 2분기

23년 2분기는 'Todo List' 그 자체였다. 껍데기는 Todo List였지만 본질은 CRUD 구현을 위한 상태 관리 학습이었다. 2년 만에 복학해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상태 관리라는 첫 번째 벽을 넘으려고 하다 보니 지쳤던 날들이 많았던 것 같다.

뭔가를 만들려고 했으나 여전히 개발이 무엇인지 잘 몰랐고, 무지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이 숨 막혔던 것 같다. 그래도 꾸역꾸역 구현을 이어나갔고, 단일 페이지이지만, 처음으로 appbar와 footer 구조로 된 유사 사이트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 ✍️ 3분기

23년 3분기도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clone'이었다. 3분기는 올해 가장 개발 실력이 크게 상승했던 시기였다. '정육각'이라는 고기 판매 사이트를 클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기존 사이트는 반응형도 고려되지 않았었다. 반응형도 구현하고 다양한 페이지도 만들었다. 상태 관리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쇼핑카트에 관한 CRUD도 구현할 수 있었다.

해프닝이 하나 있었는데, bitbucket에 프로젝트를 올리는 과정에서 모든 파일이 부지불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아직도 local에 있는 파일이 날아간 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예전의 본인이었다면 안타까워서 잠을 못 잤을 것 같은데, 별로 심적인 타격이 없었다.

구현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벨로그에 기록했고,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쉽지만, 개인 프로젝트라도 사전에 원격 저장소에 연결해두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프로젝트는 껍데기에 불과하며, 내가 더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과정'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 ✍️ 4분기

정육각 클론의 아픔을 뒤로하고, 4분기에는 코인 시황 사이트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이 결심을 하기 전까지 심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개발 실력도 점차 늘어나고 있었고, 딱히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허해졌다.

회고 글을 작성하는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 보니, '하기로 한 선택'에 대해서만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학교생활을 병행하며 개발을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한 쪽에 대한 포기를 전제로 한다. 능력자라면 다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내가 하기로 한 선택만큼 '하지 않기로 선택한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가졌어야 했는데, 이러한 관점을 방치한 결과로 심적인 흔들림을 맞이하게 됐었던 것 같다. 어쨌든 지금은 굉장히 멘탈이 좋아졌고, 코인 사이트를 잘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2023년 느낀 점

#### ✍️ 코딩은 코딩이 아니다.

코딩은 코드를 작성하는 행위로 국한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합한 자료를 찾는 과정, 그 자료를 오롯이 이해하는 과정, 이해한 내용을 나의 상황에 적용하는 과정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전 과정이 코딩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코드를 치는 행위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 ✍️ 문제해결능력은 사고와 인내의 총합이다.(그런데 이제 성실을 곁들인...)

문제를 해결하는 전체 과정에서 필요한 능력은 '성실함에 기반한 사고력과 인내력'이다. 생각한다는 행위는 생각보다 쉽지 않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인내를 요한다. '생각을 위한 인내'라는 메커니즘은 성실함의 땅 위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

#### ✍️ 고민없는 성실은 편견의 벽만 두텁게 만든다.

향로님의 회고에서 본 문장이다. 성실함은 전제이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회고를 하는 이유도 위 문장과 궤를 같이 한다. 고민에 기반한 성실함이 성취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Just do it"이 아니라 "Don't just do it"이 더 중요하다.

#### ✍️ 독서는 너무 중요하다.

사고력, 성실함, 인내력 등이 개발자가 함양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모든 것을 한 방에 연습할 수 있는 '최적화된 방안'이 바로 독서이다. 독서가 중요한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왜 '내가'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관한 납득할 만한 근거를 찾았다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 2024년 목표

코딩 테스트를 준비하겠다든가, 특정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는 목표를 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기에, 상황이라는 변수에 대한 통제력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다만,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 나가고 그 과정을 계속해서 투명하게 기록하는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우연과 의지와 기질이 기막히게 정렬되어 큰 성공을 이룬 후, 교묘하거나 진부한 자기자랑을 하는 꼰대가 아니라, 내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서사를 겸손하게 나눌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내년도 그저 씩씩하게, 파이팅!